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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번 조용한 남자의 사무실 점심 메뉴는 뭘까요? 이번엔 사무실 선배님이 어디에다가 막 전화를 하시더니 "오늘 점심 약속있는 사람없지?"라고 물으시고는 예약을 하시더라고요. 다른 직원들은 그 때 거기 예약했냐고 물어보고 너무 맛있게 먹었었던 식당이라고 하면서 저한테도 기대를 하라고 하더군요. 그런데 사실 기대는 안 했습니다. 사회생활 아시잖아요? 맛없어도 너무 맛있다고 얘기해야 하는 그런 정글같은 곳. 그게 바로 사회 아닙니까. 그래서 정말 맛있다는 얘기는 50프로만 믿었습니다.

예약을 하신 선배님께서 이 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점심시간에 먹을 수 없다고 하면서 아주 맛집이라는 걸 강조하시더라고요. 그래서 저는 너무나도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. 부릉부릉 사무실 직원들과 식당으로 향하는데 이건 뭔가요.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는 건가요. 월드컵경기장 방면으로 가는가 싶더니 혁신도시 쪽으로 빠져서 갑자기 시골길을 달리네요? 차량 1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같지 않은 도로를 한 5분 정도 달리다보니 일반 주택처럼 생긴 곳에 에덴수산이라고 써있는 간판이 보이더라고요. 그래서 여기인가 싶었는데 그 곳을 살짝 지나쳐 바로 목적지가 있었습니다. 식당 이름은 방금 말한 에덴수산이에요. 그렇습니다. 에덴수산이라는 간판을 보고 그 곳으로 들어가면 여러분은 점심은 먹지 못하고 주거침입으로 신고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. 에덴수산 간판이 보이면 바로 들어가지 마시고 살짝 지나쳐 뒤쪽으로 가세요. 그 곳이 오늘의 숨은 맛집 에덴수산입니다.

저는 어지간히 맛있지 않으면 숨은 맛집이라고 하지 않습니다. 그런데 이 곳 에덴수산은 맛이 있건 없건간에 일단 숨은 맛집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.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숨은 식당이 맞겠네요. 네, 식당이 정말 숨어 있습니다. 무슨 시골 주택가에, 생긴 것도 주택처럼 생긴 곳에 식당이 숨어 있습니다. 그래도 다들 걱정하지 마세요. 내비게이션에 에덴수산치면 나오니까요.

들어가서 보니 이 음식점은 향어를 전문적으로 요리하는 음식점이라는 것을 너무나 확실히 알 수 있게 사방에 향어의 효능과, 이 식당에서는 깨끗한 향어만을 사용한다는 식당 홍보 문구들이 붙어있었습니다. 저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하고 와서 향어라는 말을 들으니까 어안이 벙벙하더라고요. 저는 향어라는 생선을 본 적도, 들어본 적도 없었거든요. 메뉴판에는 향어 1kg에 12,000원, 향어탕 2,000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. 다른 메뉴는 없는 듯 했어요. 말이 필요있나요. 사진부터 보시죠.



향어회입니다. 향어회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데요. 엄청 맛있다고 얘기를 계속 들어서 그런지 한 점 먹었는데 별로더라고요. 그래도 배고프니까 한 점 더 먹고, 또 먹고, 그렇게 계속 먹다보니까 고소하니 맛났습니다. 그렇다고 다른 회보다 훨씬 맛있느냐, 또 그건 아니에요. 그냥 향어라는 음식을 처음 먹어보는데 이 정도면 괜찮다 싶은 정도였습니다. 제가 들었던 것보다는 별로였지만 그래도 맛있었습니다. 자 다음엔 향어탕입니다.




향어탕은 뚝배기 한 그릇에 담아져 나오는데 개인 그릇에 따로 담은 모습이고요. 밑에 사진은 탕을 시켰을 때 나오는 밑반찬들입니다. 참고로 향어회만 주문하면 사진처럼 회와 상추, 마늘, 고추밖에 안 나옵니다. 탕을 시켜야 밑반찬을 주는 시스템이에요. 향어탕은 2천원밖에 안하기 때문에 먹는 게 이득입니다. 제가 맛집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향어탕때문입니다. 국물이 들깨가루 맛이 나는데 와 이게 아주 끝내줍니다. 맛집이라면 이 정도 맛은 돼야죠. 사실 탕이 2천원이라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향어회와 향어탕 이 한 세트가 14,000원이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습니다. 제가 봤을 때 향어탕의 양과 가격을 좀 더 올리고 팔아도 엄청나게 잘 팔릴 거라고 조심히 확신해봅니다. 그만큼 향어탕 국물이 너무 맛있어요. 향어탕 안에는 시래기도 들어있어서 매운탕 느낌이 아주 강하게 납니다.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시래기가 질기다는 점인데 이런 질긴 느낌도 탕에 어우러져 질긴 시래기의 단점을 보완해줍니다.

제가 신기했던 점은 식당이 이렇게 숨어있는데도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이 곳에 찾아온다는 거죠. 처음 저희가 들어갔을 때는 세 테이블밖에 없었는데 향어회를 조금 먹다보니까 어느새 식당이 꽉꽉 찼습니다. 예약 없이는 못 먹는다는 말이 맞긴 한가봐요.

전주의 진정한 숨은(!) 맛집을 찾는다면 가보세요. 정말 숨어있습니다. 괜찮습니다.